伯松金實根 2022. 7. 27. 08:00

사연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때도

해초 그 깊은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 하는게 있습니다.


한 평생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게 있습니다.


들에 피는 꽃들도.

언덕을 넘어가는 바람도.

부딪히는 파도도.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노을도.

그렇게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한 평생을 살아도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내 사는 삶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닮는듯 합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사연 하나씩 가지고 가듯.

내가 지나온 시간들 속에

사연 하나씩 가슴에 품고 옵니다.


그렇게

한 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 도종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