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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사찰]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여수 향일암

伯松金實根 2022. 3. 11. 08:00
누가 부처이고 누가 관세음보살인가?


‘해를 향하는 절’ 새해 여수 향일암에서의 해맞이는 모든 선과 복을 불러일으키고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시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사찰의 산 정상이나 바닷가에서 해맞이를 한다. 지난해의 모든 재난을 없애버리고 새해에는 불보살님의 가피가 충만하길 바라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옴 카 카 카혜 카혜 훔훔 …”으로 시작하는 소재길상다라니를 염송하기에 좋은 절이 여수 향일암(向日庵)이다.

향일암은 신라 선덕여왕 13년(644)에 원효대사가 ‘원통암(圓通庵)’으로 창건했다고 한다. 그 후 고려 광종 9년(958) 윤필거사가 금자라가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라 하여 ‘금오암(金鰲庵)’, 숙종 41년(1715)에 인묵대사가 ‘향일암(向日庵)’이라 했다. 이후 경봉선사가 신령스런 거북이 형상이라 하여 ‘영구암(靈龜庵)’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향일암으로 변경되었다. ‘해를 향하는 절’ 새해 향일암에서의 해맞이는 모든 선과 복을 불러일으키고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시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 향일, 태양을 향한다는 의미는?

또한 뒷산 금오산은 거북이가 불경을 등에 지고 있는 형상인데 거북은 오래 사는 동물로 부처님의 말씀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복된 지형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향일(向日), 태양을 향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물리적인 태양을 바라본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향일은 태양과 같은 부처님을 향한다는 의미이다. <도제불경계지광엄경>에 “부처님의 태양이 처음 떠오를 때에 무량 백천만억 나유타의 지혜광명을 비추어 사견의 어둠을 없애듯이 오직 여래께서는 중생을 성숙하게 하려고 출현하십니다”고 했다.

그런데 왜 향일암은 관음도량이 되었을까? <불설 법집경>에 관세음보살이 부처님께 아뢰길 “세존이시여, 보살은 반드시 많은 법을 닦고 배우지 않습니다. 비유하면 해가 솟아 온갖 물건을 밝게 비추어 중생이 하는 일을 모두 성취하게 되는 것처럼, 저도 또한 이와 같아서 어느 곳에서든지 대자비의 해가 세간을 비추는 것에 따라 저곳의 중생이 관세음보살에 의지하여 깨달음에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향일암은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이 늘 상주하는 절이란 의미이다.
 

향일암 천수관음전에는 보관에 11면 관세음보살과 광배에 천수천안을 표현한 사십이수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 관세음보살 가피를 받으려면…

일주문을 지나면 등용문(登龍門)이란 특이한 문이 하나 더 있다. 잉어가 높은 삼단폭포를 거슬러 올라가서 마침 용이 된 것처럼 향일암을 가려면 비밀통로 같은 7개의 높은 석문계단을 올라야만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이기도 하다. 가파른 길을 오르면 커다란 바위 틈사이로 한사람만이 간신히 드나들 수 있어 해탈문이 나온다. 이곳에서 중생의 모든 번뇌와 집착을 벗어 던지고 들어가라는 의미에서 바위 문이 좁다. 해탈은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인식하여 집착심을 떠나 괴로움의 탈을 벗어던져 지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해탈문을 빠져 나와 경사진 계단을 오르면 번뇌와 집착을 버린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바로 향일암의 금당인 원통보전이 나온다. 150m의 급경사 절벽을 세워진 원통보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내가 망망대해를 안을 것 같은 위용이 드러난다. 원통보전에는 주존 석가모니불과 협시로 관음, 지장보살을 모셨다.

관음전 가는 길은 대낮에도 전등을 켜야 할 정도로 좁고 어두운 석문을 지나야 한다. 빛이 없으면 한치 앞도 볼 수 없듯이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없었다면 어리석은 중생은 윤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석문들이다. 관음전에는 설법인의 관세음보살을 독존으로 모셨다. 후불화와 벽화에는 솟아오른 바위에 편안한 모습의 관세음보살은 향일암 바닷가 깎아지른 높은 절벽 바위에 앉아 모든 중생들의 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관세음보살이 바쁜 모습이라면 중생들은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벽화에는 관세음보살이 청룡을 타고 감로수 병과 버드나무가지를 들고 중생의 기도에 응답하는 모습이다. 감로수 병은 중생의 욕망으로 인해 생긴 괴로움을 치유하고 버드나무가지는 중생의 질병으로 생긴 병을 치료해 준다.
 

향일암 해탈문. 모든 번뇌와 집착을 벗어 던지고 들어가라는 듯 바위 문이 좁다.

➲ ‘원효대사 좌선대’

관음전을 내려오면 원효대사가 참선을 하였다는 넓적한 바위 ‘좌선대’가 있다. 원효대사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로 쉽게 극락에 갈 수 있다고 하여 일심으로 명호를 부르게 했다. 내려가는 길에 천수관음전에는 보관에 11면 관세음보살과 광배에 천수천안을 표현한 사십이수관세음보살이 계신다. 천 개의 손과 눈으로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관세음보살의 서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소라껍질을 들고 있는 손은 보라수로 하늘의 착한 신을 부르고, 동아줄을 든 견삭수는 여러 가지 불안으로부터 안락함을 구하기 위해, 금강령을 들고 있는 보탁수는 일체의 미묘한 범음을 성취하기 위해서 등등 다양한 지물을 들고 중생을 구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 현실적으로 누가 관세음보살일까? 불난 집에 불자동차를 몰고 오는 소방관이 관세음보살이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아름다운동행 밥차가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자비의 마음으로 남을 도와주어 내가 관세음보살이 되고 남의 도움을 받았을 때 도움 준 그 사람이 곧 관세음보살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사바를 극락정토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신앙심은 곧 관세음보살의 가피로 이어질 것이다.

부처님께서 “너희들은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에게 공양할지니라. 이 관세음보살마하살이 두렵고 급한 환난 가운데 능히 두려움을 없애 주므로, 이 사바세계에서는 모두 일컬어 두려움을 없게 해주는 ‘시무외자’라고 하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신앙이란 본디 실천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향일암 순례를 통해 이젠 내가 관세음보살이 되어야 한다는 서원을 세워보는 일 또한 나의삶에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다. 

[불교신문3699호/2022년1월11자]